아주 특별한 나(I) 방송국

마음의 세계는 방송 시스템과 놀랄만큼 닮았다. 방송은 뉴스, 드라마, 스포츠, 예능 등 온갖 종류의 콘텐츠를 만들어 연주소에서 전파를 통해 공중에 쏜다. 채널을 선택하면 그 채널에 맞는 화면이 즉각 나타나고 파워를 끄버리면 아무 것도 없는 블랙 상태를 유지하는 게 방송 시스템이다.



   세상은 창조주인 나의 표현


 '나'라는 방송국도 마찬가지다. 내면에서 온갖 콘텐츠를 만들어 몸을 통해 그것을 외부로 쏘면 현실이란 화면이 거울처럼 내 눈앞에 펼쳐진다. '세상은 창조주인 나의 표현'인 셈이다. 또 현실의 탈을 쓴 그 화면은 내가 쏘는 전파에 따라 수시로 내용이 달라진다. '나' 방송국에선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전파를 쏘는 것도, 채널을 선택하거나 끄는 것도 오직 나만이 한다는 점이 기존의 방송과 조금 다를 뿐이이다.


박경리: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
모진 세월 가고...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렇게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홀가분하다."

소설가 박경리님이 말년에 밝힌 소회이다. 인생 숙제를 마무리한 사람의 느긋한 여유가 물씬 느껴진다. 내면에서 저런 콘텐츠를 외부에 전파로 발사하면 내 눈앞에는 평온한 현실이 펼쳐지는 게 당연하다.

어떤 남자: "꺼져버려!"

이런 콘텐츠를 만들어 쏘는 것도 마찬가지다. 상대가 아니라 내가 분을 못참고 펄펄 뛰는 동영상이 현실의 화면에 나온다. 기계처럼 그렇게 작동이 된다. 


   모든 이가 거울 역할을 한다


데이비드 호킨스: "삶에서 만나는 모든 이가 거울 역할을 한다는 점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들은 사실 내가 마음 속으로 알아주지 못한 것을 내게 되비춰 준다. 신경 써야 하는 것을 바라보도록 나를 몰아붙인다."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가 <놓아버림>에서 설명한 그대로이다. 내가 만나는 상대는 내가 내면에서 쏜 콘텐츠를 거울처럼 그대로 반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내가 아니라 상대방의 잘못으로 생각하는 건 에고의 장난일 뿐이다. 

켄 윌버는 <무경계>에서 개인이 자기 마음에 드는 페로소나만 자신의 정체성으로 인정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경계를 그어 남의 영역으로 떠넘기면 저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신: "너희에게 그 따위 짓을 하는 어떤 것이나 어떤 자가 외부에 있다는 관념을 즐기고 있는 한, 너희는 그것을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자신의 힘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내가 이렇게 했다'고 말할 때라야 비로소 너희는 그것을 바꾸는 힘을 얻을 수 있다. 네가 하는 걸 바꾸는 게 다른 사람이 하는 걸 바꾸기보다 훨씬 더 쉽다."

<신과 나눈 이야기>의 이 말은 채널 바꾸기에 대한 설명이다. 개인의 극심한 불행은 그 개인 스스로 선택한 반응이며, 전세계의 재난들은 세계의식의 결과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그렇지만 채널만 바꿔버리면 화면은 다시 달라진다. 멘탈적인 용어로 대체하면 관점 이동, 
즉 경계만 없애버리면 된다. 채널이 달라지면 오늘 은인 같았던 사람이 알고보니 나를 망친 독약이었고, 오늘 원수였던 사람이 고마운 스승으로 변하게 된다.

방송에선 또 한 장면에서 다른 장면으로 넘어갈 때 잠시 블랙화면으로 덥거나 강렬한 톤의 시그널을 보여주기도 한다. '나' 방송국의 경우 명상을 통해 생각을 끊어버리면  보기 흉한 화면이 브릿지 단계인 블랙으로 넘어간다. 각성이 일어나는 순간엔 장면전환을 알리는 화려한 변신의 시그널이 돌아간다. 일단 그렇게 채널이 바뀌면 다시 채널을 바꾸기 전에는 그 콘텐츠만 계속 방영이 된다. 



   먼저 자신의 세계부터 바꾸라


물론 세상은 나혼자 살아가는 게 아니다. 수십억의 다른 인간들이 비록 공간은 다르지만 같은 시간대를 살아가고 있다. 내 본성이 우주라면 그들 역시 마찬가지다. 또 그렇게 동일한 우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작업해 만든 외부환경들도 있다. 집단의식이 조성한 그런 환경을 한 개인이 바꾸는 건 대단히 어렵다. 그래서 멘토들이 하나같이 강조하는 것은 먼저 자신의 세계부터 바꾸라는 것이다. 

 신: "그렇게 하려면 실로 엄청난 정신과 육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네 모든 생각과 말과 행동을 순간순간 끊임없이 관찰하는 일도 해야 한다. 또 여기에는 선택을 계속해서 의식적으로 하는 것도 포함된다. 이 모든 것이 자각으로 가는 위대한 발걸음이다."

<신과 나눈 이야기>의 설명이다. 채널 바꾸기엔 엄청난 노력이 든다는 점을 가감없이 설명하고 있다. 모든 게 상상만 하면 쉽게 이뤄진다고만 가르치는 세상의 멘토들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상상이 현실이 되려면 지속적인 실천은 물론 수시로 결과를 의심하는 내면의 의혹을 정돈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들은 일반적인 노력보다 더 어려운 노력, 즉 '놓아버림'의 노력 부분을 애써 감추었다. 그런 멘토링의 효력은 잠시 동안만 통증을 잊게 해주는 모르핀 정도에 불과하다.

아니타 무르자니: "내가 내 자신이 될 때, 나의 그 독특하면서도 완전한 장엄함이 내 자신과 모두에게 가장 유익한 방향으로 나를 데려간다. 그러니 내가 내 자신이 되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다. 그때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진실로 나에게 속한 모든 것이 가장 마술적인 방식으로, 상상도 못한 놀라운 방식으로 내 삶안에 들어온다."

아니타 무르자니의 이 같은 설명도 놓아버림에 대한 다른 표현일 뿐이다. 끊임없이 남이 되려는 나의 관점을 놓아버리고 나 자신이 되어야만 비로소 노력하지 않아도 성취가 이뤄지는 상태가 된다는 의미이다. 

어쨌든 KBS는 KBS의 방송을 한다. 또 MBC는 MBC, SBS는 SBS의 방송을 한다. 방송이란 점에선 같지만 서로간의 콘텐츠는 엄연히 다르다. 그래서 세 방송사가 같으면서도 다르게 존재하며 저마다의 개성을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다. 개인과 세상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나라는방송국 #나를비추는거울 #내면의방송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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