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핵심은 감정
마음공부를 하면서 살아온 날의 기억을 떠올려 지우다 보면 여러 차례 깜짝 놀라게 된다.
1. 먼저 까맣게 잊었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사실은 고스란히 저장돼 있다는 걸 알고 놀란다.
2. 그 당시에 느꼈던 악감정들이 똑같은 강도로 그대로 남아있는 걸 알고 또 놀란다.
3. 그 감정들은 버려도 버려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알고 다시 놀란다.
내 경우엔 분노가 가장 큰 문제였다. 사람에 대한 미움과 증오가 많았고 그것이 분노로 차곡차곡 누적되었다가 수련을 계기로 급속도로 분출되었다.
방법은 쉽지만 실천은 어려운 버리기
‘이런 괘씸한-’
나는 미운 인간의 영상을 떠올려 도끼로 머리를 찍어버릴 정도로 난폭한 방법으로 죽이고 버렸다. 그러나 돌아서면 그 인간의 영상이 또 톡 튀어 올랐다. 죽이고 버리고를 계속 반복했지만 분노의 감정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분노의 감정은 대단했다.
그러나 분노보다 더 강력한 감정이 있었다. 세속에서 사랑이라 부르는 감정이었다. 가족들, 특히 자식들을 버리는 것은 그야말로 고역이었다. 미운 인간이야 증오심을 무기로 잔인하게 죽이고 버릴 수도 있지만 사랑하는 대상은 사정이 달랐다. 그러니 상상으로 죽이고 버리는 데도 이중으로 힘이 들었다.
방법은 간단하고 쉬웠지만 실행은 결코 쉽지가 않았다. 그것은 자신과의 치열한 전쟁이었다. 결코 장난이 아니었다.
사도세자는 광인으로 몰려 부왕에게 죽음을 당한다. 하지만 결정적인 원인은 광기가 아니라 분노였다. 부왕에게 시도 때도 없이 질책받고 미움받으면서 증폭된 분노가 결국 광기로 표출됐다.
세자 자신도 왜 그러냐는 부왕의 물음에 울화증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런 분노가 폭발할 때마다 세자는 내시나 수하를 100명 가까이 칼로 베어죽였다. 또 자신에게 직언하는 애첩을 때려죽였는가 하면 그 애첩이 낳은 자신의 자식마저 칼로 찌르고 우물에 던져버렸다. 그리고 결국엔 그 자신도 뒤주에 갇힌 채 비참하게 죽었다. 분노의 감정은 그 해악이 이토록 무섭다.
분노의 부산물 회피하기
분노의 부산물인 미움, 증오, 우울, 자학 등도 사람의 심신을 해치는 해로운 감정들이다. 이런 감정들을 정돈하는 게 멘탈을 바꾸는 핵심과제이다. 그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비교적 짧은 시간에 놀랄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감정과 정면으로 마주하기를 두려워한다. 그래서 온갖 핑계를 만들어 외면하거나 달아나기에 급급한다.
"그래서 계속해서 미친 듯이 행동한다. 끝없이 어울려 놀고, 대화하고, 문자를 주고 받고, 책을 잃고, 음악을 틀고, 일하고, 여행하고, 구경하고, 쇼핑하고, 과식하고, 도박하고, 영화를 보러 가고, 좋다는 약을 복용하고, 마약에 손대고, 파티를 연다."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는 사람들이 많이 활용하는 이런 회피기제들이 효과를 보기는 커녕 문제만 더 키운다고 진단했다. 이런 식으로 살면 끝내 몸과 마음이 병들면서 아프다가 이른 죽음을 맞이한다고 경고했다. 또 사회적으로도 이기심과 냉담함이 증폭돼 각종 사회문제가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해법은 감정과 오롯이 마주하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에 대한 부질없는 판단, 즉 분별을 놓아버리는 것이다.
감정과 오롯이 마주하기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감정을 수용하는 대신 제압하려고만 했다. 그러다보니 내면과 마주하는 내 여정은 힘이 많이 들면서도 성과는 신통치 않은 상태로 쳇바퀴 돌듯이 한없이 늘어지고 말았다. '일체 의문, 의심이 없는 확연한 경지'-생각으로 그런 터무니없는 분별을 만들어 적용한 순간 나는 결정적인 망조가 들고 말았다.
내면순례를 하는 과정에서 실패 사례도 많이 보았다. 처절한 참회를 통해 각성을 이루고 일상이 확 달라졌던 사람들이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도루묵이 되었다. 감사로 충만했던 마음이 다시 미움으로 바뀌었다. 불화가 심각했던 부부가 신혼처럼 다정해졌다가 다시 이전처럼 데면데면해졌다.
원인은 간단했다. 분별을 놓지 않고 감정을 제대로 달래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잡초의 뿌리를 그대로 둔 채 입사귀만 제거하면 얼마 못가서 다시 잡초가 무성해진다.
#문제의핵심은감정 #감정정리 #분별 #놓아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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