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가짐 대신 버림

인생 2막에 대한 불안감이 바이러스처럼 번지고 있다. 1막에서 비교적 잘 나갔던 사람들도 사석에선 2막 걱정을 토로한다. "어떻게 살아가지? 뭘 해서 먹고 살아가지?" 전대미문의 100세 시대가 가시화되면서 2막에 대한 압박감이 1막 못지 않게 무거워졌다.



   2막 초반에 쓰러지는 사람들

기업체 임원을 역임하고 50대 중반에 퇴직한 L이 1년도 안돼 유명을 달리했다. 사인은 일종의 약물중독, 그러나 자살인지 타살인지 애매모호했다. 퇴직 이후 그는 수면제를 먹지 않고선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렇지만 겉으론 주눅들지 않고 활기차게 살아가는 모습을 연출했다. 갑자기 동문회 활동에 열을 올리는가 하면 밴드에도 날마다 1편 이상의 글을 올렸다. 난 아직 건재하다, 안쓰러울 정도로 주변에 그걸 과시했건만 1년을 넘기지 못한 채 무대에서 퇴장하고 말았다.

또래 모임에 가면 이와 같은 사례들이 적지않게 들린다. 만만치 않았던 1막을 유격훈련처럼 가열차게 살아온 사람들이, 아직은 몸도 멀쩡한 사람들이 왜 이토록 맥없이 쓰러지는 것일까?

먹고 사는 건 인생의 대사임에 틀림이 없다. 그걸 위해 노심초사했던 과정이 우리들 대부분의 1막이었다. 학업을 마치고, 직장을 잡고, 결혼을 하고 자식들을 낳아 기르거나 독신 혹은 기러기 아빠의 고독한 생활을 감내하면서, 그저 남들보다 더 나아지기 위해 억척스레 살아왔다. 산행으로 치면 정상만을 바라보고 숨 헉헉대며 올라간 과정이었다. 

그리고 '인생칠십고래희' 기준에 따르면 정상에서 잠시 머물다 하산해 나머지 여운을 느긋하게 음미하면 됐었다. 그러나 미처 예상치도 못했던 100세 시대가 쓰나미처럼 밀려와 전통적인 인생 구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어 버렸다.


   5산 종주처럼 변한 인생 여정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하산길의 로망처럼 들렸던 저 시도 이제는 빛이 많이 바랬다. 등산과 하산, 그렇게 단순하게 구성됐던 인생 여정이 등산,하산, 다시 등산, 또 하산, 계속 등산, 하산 등으로 5산 종주처럼 변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단발 산행의 방법론을 5산 종주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건 미련한 짓이다. 산 하나를 오르고 내리는데 힘을 다 빼버리면 일단 하산한 이후에는 다시 등산을 하겠다는 엄두조차 안나기 때문이다.

인생 2막이 왠지 불안한 건 인지상정, 날은 저무는데 길이 멀다면 어찌 두렵지 않겠는가. 하지만 우리에겐 위안도 있다. 살아온 만큼 더 단단해진 내공이 무엇보다 든든한 우리들의 자산이다. 오를 때는 산 봉우리만 보였지만 내려올 땐 발밑에 들꽃도 있다는 걸 우리는 이제 안다. 등산과 하산을 모두 관통하는 통찰력이 커진 것이다.


   가짐 대신 버림을

선각들은 이에  덧붙여 가짐 대신 버림을 선택하라고 당부한다. 부질없는 집착을 다 버리라고 말한다. 인생 2막에선 이보다 더 적절한 조언이 없다. 5산 종주를 해야 하는 2막에선 철저히 버려야 한다. 몸도 마음도 그냥 비워야 한다. 베낭을 최대한 가볍게 해야 한다. 

"그 어떤 경우에도 성공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데 왜 걱정하는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당신의 태도는 당신이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의 성공과 실패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취하는 습관이 있기 때문에 성공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이제부터 당신은 비범하게 행동해 보라. 실패를 성공이라 불러보라. 그렇게 하면 당신은 실패자의 대열에서 빠져나와 승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의 양자물리학자 바딤 젤란드가 <트렌서핑의 비밀>에서 강조했던 내용이다. 그는 인생의 승패를 철저하게 멘탈의 관점에서 조망했다. 세상을 옥죄는 이른바 펜듈럼의 굴레에서 벗어나 스스로 성공자로 우뚝 서려면 멘탈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100미터 단거리나 단발산행이라면 체력과 지력 정도만 갖춰도 충분할 수 있다. 그러나 42.195 킬로미터 마라톤이나 5산 종주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건 이미 일반적인 체력이나 지력의 한계를 넘어선 영역이다. 2막의 선결과제로 멘탈이 부각되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가짐 #버림 #가짐대신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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