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수행은 일상을 사는 것
날카로운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기계에 손을 넣으면 사정없이 잘라 버리면서 계속 돌아간다. 선한 사람, 악한 사람, 어린애, 노인 가리지 않고 그렇게 해버린다.
인간적인 관점에서 판단하면 비정해 보이지만 자연 또한 그렇게 작동한다. 그래서 노자는 도덕경에서 '천지불인', 즉 하늘은 어질지 않다고 표현했다. 불가에선 좀 더 순화시켜 인과율이라고 말했다.
결과를 만드는 건 행동
인과율이 적용되는 세상에서 결과를 만드는 작업은 무엇보다 행동이다. 생각과 말과 행동, 이 세가지를 통해 창조가 이뤄지지만 마지막 단계인 액션이 그 중에 가장 강력하다.
생각이 혼선을 빚기 전에 액션, 말이 꼬이기 전에 액션, 이것이 바람직한 창조를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렇게 하면 생각은 점점 더 하나로 가닥이 잡히고 말도 갈수록 더 일관성을 유지하게 된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게 더 행복하다."
일상에서 자주 거론되는 저런 명제도 액션을 통해서만 증득이 된다. 절박하게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단돈 만원이라도 직접 건네는 게 액션이다.
그 이전의 생각 단계에선 줄까, 말까 그런 번뇌가 자주 일어난다. 말의 단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그렇지만 저렇게 액션이 이뤄지면 말과 생각은 더 이상 헛발질을 할 이유가 없어진다. 주는 행위를 통해 그것이 주는 넉넉함을 몸과 마음이 먼저 느껴버렸기 때문이다.
멘탈 연금술은 액션 테크닉
멘탈의 연금술도 궁극적으론 액션 테크닉이다. 그래서 마음공부에서도 마지막 과정은 예외없이 액션이다. 중노동, 순례, 마라톤, 산행.. 액션이 아닌 게 없다. 그리고 이런 액션이 밑도 끝도 없이 이어지는 게 바로 우리네 일상이다. 아침에 눈을 떠서 저녁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액션, 액션, 또 액션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멘탈을 다지기에 가장 좋은 곳 역시 일상이다. 나머지 방법들은 모두 일상 적응훈련일 뿐이다.
김기태: "우리가 매일 매일 되풀이하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우리의 일상 바로 그기에 도 곧 진리가 있다는 말이다. 이것은 사실이며, 진리는 그토록 가까이 바로 우리 곁에 있다. 다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눈이 어두워 그것을 보지 못할 뿐이며, 마음이 닫혀 있어 그것을 깨닫지 못할 뿐이다."
<아, 여기>에서 김기태 선생이 밝혔던 저 결론은 영성계의 거두 켄 윌버의 결론과 짜맞춘 것처럼 똑같다. 일상은 우리가 도착할 목표지점이지 뭔가를 찾아 하염없이 떠나야 할 초라한 현실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인생 실전에서 우리는 얼마나 늦게서야 그것을 알게 되는가.
샬롯: "장례식 문제를 미리 처리해놓고 나니 매일 아침 일어나 내 아이들 껴안아주고 뽀뽀해줄 수 있다는 것이 새삼 정말 감사하게 느껴졌어요..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고 22개월 살았습니다. 그렇게 1년 보너스로 얻은 덕에 아들 초등학교 입학 첫 날 학교에 데려다 주는 기쁨을 품고 갈 수 있게 됐습니다. 녀석의 첫 번째 흔들거리던 이빨이 빠져 그 기념으로 자전거를 사주러 갔을 때는 정말 행복했어요.
보너스 1년 덕에 30대 중반이 아니라 30대 후반까지 살고 가네요. 복부 비만이요? 늘어나는 허리둘레, 그거 한 번 가져봤으면 좋겠습니다. 희어지는 머리카락이요? 그거 한 번 뽑아 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만큼 살아남는다는 얘기잖아요.
저는 한 번 늙어보고 싶어요. 부디 삶을 즐기면서 사세요. 두 손으로 삶을 꽉 붙드세요. 여러분이 부럽습니다."
36살 젊은 나이에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영국인 살롯 키틀리,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였던 그녀가 마지막으로 블로그에 남긴 글이다. 그녀의 시각은 뒤늦게 발견한 일상의 경이로움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가득하다. 보통사람들이 질겁을 하는 복부비만과 흰머리를 소망하고 늙어가는 것을 도리어 부러워한다.
손튼 와일드의 연극 <우리 읍내 에밀리>에서도 요절한 에밀리가 뒤늦게 일상의 행복을 그리워한다.
에밀리: "나는 살아있을 때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전혀 깨닫지 못했어. 아무도 그런 점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지.. 이제 작별인사를 할게.
안녕, 세상아. 안녕, 길거리의 나무들.. 안녕, 아빠 엄마. 안녕, 째깍거리는 시계..가을 정원의 해바라기. 안녕, 맛있는 샌드위치와 커피. 그리고 새로 다린 드레스와 뜨거운 목욕.. 잠을 자고 깨어나는 일. 아, 사람들이 이렇게 멋진 것들을 깨닫지 못하다니."
착각의 원인은 편견
이런 착각이 빚어지는 핵심적인 이유는 '평범'에 대한 편견 때문이다. 특별한 건 좋고 평범한 건 시시하다는 그 어리석은 편견, 그러나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면 그것이 착각이었다는 걸 비로소 깨닫는다. 언제나 한박자 늦고 언제나 뒷북을 친다.
어떤 여인: "지금껏 내게 맡겨진 역할들 속에서 내 삶은 너무나 평범했어요. 다른 이들과 똑같은 삶을 살아온 것 같았어요. 도대체 내 삶이 다른 이들의 삶과 뭐가 다를까 싶었어요.
하지만 병을 앓게 되면서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어요. 난 아주 특별한 사람인 거에요. 어느 누구도 나와 같은 방식으로 세상을 보거나 삶을 경험하지 못했을 거에요.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이 세상이 시작된 이후부터 끝나는 날까지, 나와 똑같은 사람은 영원히 존재하지 않을 거에요."
<인생수업>에 인용된 죽어가는 한 여성의 말이다. 자신의 특별함을 죽어가는 시간대에 접어들고서야 겨우 인지한 것이다. 살아가는 우리들 대부분도 저 여성과 다를 바가 별로 없다. 어제같은 오늘, 오늘같은 내일, 지겹다 지겨워..이런 푸념을 늘어놓은 게 어디 한두번인가 말이다.
삶에는 단 하나의 목적만
그러나 아직은 살아갈 시간이 많이 남았을 때 저걸 자각한다면 그 사람의 일상은 이전과 확연하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나는 특별하다, 모든 순간이 다 특별하다, 모든 일상이 다 특별하다, 이것을 증득하는 것이 일상이란 수행을 통해 우리가 익혀야할 숙제이다. 사람의 본성이 우주 그 자체라는 각성은 형이상학적인 거대담론이 아니라 자신의 특별함, 매순간의 특별함, 평범함의 특별함을 자각하는 인식구조인 것이다.
신: "모든 삶에는 단 하나의 목적만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너희와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충만한 영광을 체험하는 것이다. 그 밖에 너희가 말하고 생각하고 행하는 것들은 모두 이 기능의 부속물에 지나지 않는다."
<신과 나눈 이야기>의 정리다. 충만한 영광의 체험,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 워딩이다. 그건 두려움이 아니라 사랑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반면에 현재의 나는 뭔가 불완전하다고 함부로 예단하면서 더 완벽한 것을 찾아서 떠나는 사람에겐 저런 체험이 이뤄질 수가 없다. 뭔가를 추구한다는 것 자체가 두려움의 산물이기 때문에 그렇다.
#삶의유일한목적 #최고의수행 #일상을사는것
댓글
댓글 쓰기